AI의 경제적 구조 - 막대한 학습 비용, 데이터 의존성, 그리고 서비스의 소유 구조 - 는 기존의 불평등 구조를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내부와 국가 간 층위 모두에서 심화시키고 있다. 이 글은 막연한 AI 공포론을 전파하는 목적이 결코 아니며, 기술 낙관론에 대한 옹호도 아니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해서 고찰하는 것은 이해관계를 떠나 중요하다.
1. 과점 위에 세워진 기술
2024년 1월, OpenAI의 CEO 샘 올트먼은 글로벌 반도체 제조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최대 7조 달러에 달하는 자금 조달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연간 국민총생산과 맞먹는 수치이다. [1] 많은 이들이 비현실적이라고 보았지만 올트먼은 시장의 생리를 냉정히 파악하고 있다. 차세대 인공지능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결국 다량의 칩을 소유해야 하는 것. 그리고 산업이 재편되는 중요한 전환기에 칩을 많이 소유한 자가 결국 경제의 인지적 기반 시설을 점유하는 것이다. 그 우려는 기우가 아닌 것이, 이미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은 자유로운 경쟁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칩 설계부터 제조 장비, 그리고 공정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분야에서 독점에 가까운 소수의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첨단 AI 모델 학습에 필수재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은 사실상 엔비디아의 독점 상태에 있다. 2024년 한때 87%에서 98% 사이로 추정되었던 점유율이 [2] AMD와 대규모 클라우드 기업(하이퍼스케일러)의 자체 맞춤형 칩 생산이 확대되면서 80% 초반으로 낮아졌음에도, 엔비디아의 지배력은 숫자가 증명한다. 회사의 데이터 센터 부문은 2025년 3분기(엔비디아 회계연도 기준 FY2026 Q3)에만 512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2025년 총 매출은 전년 대비 65% 증가한 2,159억 달러에 달했다. [3].
파운데이션 모델 층위의 집중도 역시 하드웨어 못지않게 공고하다. 2023년 말 기준, OpenAI의 GPT-4 시리즈가 생성형 AI 시장 지출의 39%를 차지했으며, 동일한 모델을 유통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30%를 추가로 점유하여 생성형 AI 시장 점유율의 7할 정도를 차지했다 [4]. 2025년에 이르러 이 분포는 상당 부분 재편되었다. 앤스로픽(Anthropic)이 기업용 API 지출의 약 40%를 차지하며 선두 주자로 올라섰고, OpenAI의 점유율은 27%로 축소되었으며, 구글은 21%로 상승했다. 그러나 세 업체가 여전히 기업용 LLM 시장의 88%를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4].
최상위권 내에서의 점유율 이동은 파운데이션 모델 층위가 하위 인프라 층위보다는 경쟁적이어 보인다. 그러나 과점의 역학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이 구조의 지속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단일 모델의 성능이 아니라, 신규 진입을 원천 봉쇄하는 비용의 장벽에 있다. 경쟁력 있는 첨단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드는 수억 달러는 어지간한 대기업 아니면 꿈꿀 수 없는 레벨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OpenAI는 2022년 한 해에만 학습 비용과 급여를 포함해 GPT-4 개발에 5억 4,000만 달러를 지출했고 [5], 구글 또한 제미나이 울트라(Gemini Ultra) 학습에 1억 9,100만 달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6]. 시스템을 운영하는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하는데, 예를 들어 OpenAI는 ChatGPT 운영에 하루 70만 달러를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학습 비용보다 높은 수준이다 [7].
이러한 현상은 미성숙한 시장의 일시적인 진통이 아니라 자본 집약적인 인공지능 기술의 예견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15년 동안 첨단 AI 시스템의 연산량(compute)에 투입되는 비용은 연평균 3.09배씩 복리로 성장해 왔다 [8]. 누가 첨단 AI 개발에 참여할 여력이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흔히 빅테크라 불리는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들, 그들의 투자자, 그리고 기반 시설에 보조금을 지급할 의지가 있는 일부 강대국뿐이다.
2. 기술적 해자의 경제학
AI 집중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필연에 가까운 이유를 이해하려면, 파운데이션 모델의 경제학적 본질을 파고들어야 한다.
이 기술의 비용 구조는 고전 경제학이 정의하는 자연 독점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 즉, "모델을 학습시키는 고정 비용은 높은 반면, 이를 배포하는 한계 비용은 현저히 낮다" [9]. 일단 학습을 마친 모델은 추가 사용자에게 거의 무상에 가까운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평균 비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 여기에 한 기업이 다양한 모델을 동시에 생산하는 것이, 각자 특화된 모델을 만드는 것보다 저렴하다는 '범위의 경제'까지 가세하며 거대 자본의 우위를 공고히 한다.
하지만 집중화의 역학은 단순히 비용 구조에만 머물지 않는다. 디지털 시장의 지배력을 스스로 강화하는 핵심 기제인 '데이터 피드백 루프'는 AI 분야에서 전례 없는 강도로 작동한다. 토론토 대학교의 조슈아 건스(Joshua Gans)가 전미경제조회소(NBER)를 통해 발표한 연구에서 분석했듯이, 학습 데이터는 시장 진입의 핵심 요소다. 방대한 학습 데이터셋을 보유한 기업은 우수한 모델을 구축하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사용자를 유인하며, 그 사용자들로부터 다시 더 양질의 데이터를 생성해내고, 이를 재투입하여 모델을 더욱 개선하는 구조이다 [10].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진입 장벽은 단순한 자본의 문제를 넘어선다. 신규 진입자는 기존 지배적 사업자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히며 [11], 이로 인해 시장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에 비해 체계적으로 경쟁을 과소 생산하는 상태에 머문다 [12].
파운데이션 모델은 또한 코리넥과 비프라(A. Korinek and J. Vipra)가 명명한 '지능 피드백 루프'라는 혜택을 누린다. 이것은 AI에 특유한 현상으로 이전의 플랫폼 경제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경쟁사보다 뛰어난 내부용 AI 모델을 보유한 연구소는 차세대 모델 개발 속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며, 이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복리로 축적된다. 극단적으로는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를 개선하는 모델이 등장할 경우, 기술 발전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가속화되어 선점자의 우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거대 독점'이 형성될 수 있다 [13].
기존 빅테크가 축적한 '데이터 참호(data moats)'는 앞서 언급한 역학 관계를 복합적으로 강화한다. 유튜브의 동영상 스크립트와 사용자 데이터를 쥔 구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소셜 데이터를 보유한 메타(Meta), X(옛 트위터)를 학습에 활용하는 xAI가 대표적이다. 슈레펠(Schrepel)과 펜틀랜드(Pentland)가 지적했, "고유한 데이터를 생성하는 기존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들은 경쟁 우위를 점하게 되며" [14], 이는 신규 진입자가 아무리 막대한 재정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복제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다.
결국 사용자 배치에 따른 네트워크 효과와 '수익 체증'(평균 비용은 하락하고 한계 수익은 커지는) 현상은, 설령 혁신성이 반드시 높지는 않더라도 전략적 위치를 선점한 소수의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 전체를 재편할 수 있게 한다 [15]. 파운데이션 모델 시장에서 나타나는 자연 독점의 경향은 기술 발전의 부산물이 아니라, 기술 그 자체에 내재된 속성인 것이다.
3. 수직 계열화와 AI 스택의 장악
파운데이션 모델의 집중화가 모델 층위에만 국한되었다면 지금만큼 우려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의 분배 측면에서 현 상황이 특히 위중한 이유는, 소수 기업들이 반도체 설계라는 상부 구조부터 소비자 서비스라는 하부 구조에 이르기까지 AI 가치 사슬 전체를 동시에 장악해왔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OpenAI 투자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수십억 달러의 지분 참여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의 독점적 클라우드 공급자로 등극했으며, 이는 곧 OpenAI를 제어할 수 있는 강력한 구조적 영향력을 의미한다 [16]. 이제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적으로 경쟁 모델을 개발함에 따라, 자사가 유통하는 모델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구조적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구글 클라우드 역시 앤스로픽(Anthropic)과 유사한 계약을 맺으며 전략적 요충지를 선점했다. 칩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 또한 칩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파운데이션 모델과 학습 플랫폼을 병행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AI 스택의 핵심 길목(Chokepoints)을 선점하려는 치밀한 설계다.
기술 권력의 확장은 코리넥과 비프라가 '우회 인수(acquisitions-by-proxy)'라고 명명한 방식을 통해 인재 확보 단계에서까지 적용된다. 2024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플렉션 AI의 공동 창립자들과 직원 대부분을 흡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17]. 아마존의 스타트업 어뎁트(Adept), 구글 딥마인드의 캐릭터 AI(Character.ai) 흡수 역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이러한 방식은 거대 기술 기업들이 규제 당국의 정식 기업결합 심사를 피하면서도 잠재적 경쟁자를 무력화하고, 그 자산을 내재화할 수 있게 해 준다. 미국과 유럽의 반독점 당국이 면밀히 조사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규제의 공백지대로 남아 있다.
수직 계열화의 가장 견고한 성벽은 '데이터의 사유지화'에서 완성된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자사의 독점 데이터를 모델 학습에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경쟁사의 접근은 크롤러 차단 등을 통해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18]. 실제로 위의 두 학자가 논문을 낼 무렵 뉴스 사이트의 79%가 OpenAI의 데이터 크롤러를 차단한 상태였다 [19]. 즉, AI 모델의 성능을 결정하는 학습 데이터 공급망이 기존 플랫폼 기업(특히 구글)들에 의해 점진적으로 폐쇄되고 있다는 신호다. 한때 인터넷 텍스트라는 '공공의 공유지(Public Commons)'였던 영역이, 플랫폼 권력을 가진 기업들의 '독점적 자산'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안톤 코리넥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이러한 구조적 원리를 '혁신가에게 발생하는 잉여(surplus arising to innovators)'와 '요소 가격 변화로 인한 재분배(redistributions arising from factor price changes)'로 설명한다 [20]. 혁신가의 지대(Rent)를 제한할 강력한 경쟁 정책이나 실효성 있는 재분배 기제가 없다면, AI가 창출하는 경제적 이득은 결국 그 기술이 구동되는 기반 시설(Infrastructure)의 소유주에게 불균형적으로 귀속될 수밖에 없다. AI 스택 전반에서 자행되는 수직적 통합은 바로 그 소유권을 공고히 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3. 임금이 아니라 자산이 문제다
AI와 불평등에 관한 대중적 담론은 대개 고용의 관점에 함몰되어 있다. 어떤 직업이 자동화되고 어떤 역할이 새로 생겨날 것인가라는 질문은 분석하기엔 용이할지 몰라도, 훨씬 중대한 구조적 질문을 가리고 있다. 핵심은 '누가 일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소유하는가'에 있다. 임금 불평등과 자산 불평등의 구분은 학술적 문제가 아니라 문제의 표면과 구조를 가르는 본질적 차이다.
최근의 연구들은 언뜻 직관에 반하는 결론으로 수렴하고 있다. AI가 임금 불평등은 완화하는 동시에 자산 불평등은 극적으로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역설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첫째, AI는 고소득 지식 노동자(소위 화이트칼라)들을 실직 위험에 불균형적으로 노출시킨다. 의사, 변호사, 금융 애널리스트가 LLM으로 인해 겪는 시장의 충격은 육체 노동자가 겪는 것보다 훨씬 크다. 중급 숙련직에 타격을 주었던 과거 자동화의 논리를 뒤집는 것이다. 만약 고소득자의 임금이 하락하고 저소득자가 생산성 향상의 낙과를 입는다면, 통계상 '임금 지니계수'는 하락하며 불평등은 좁혀지는 것처럼 착시를 일으킨다 [21].

그러나 고소득 노동자는 단순한 노동자에 머물지 않는다. 이들은 자산을 불균형적으로 많이 보유한 '자산가'이기도 하다. IMF의 연구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 노동자의 60%가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에 종사하지만, 이들은 동시에 전체 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낮고 주식 등 고수익 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집단이다 [22][23]. 요컨대, 이들은 AI로 인한 노동 시장의 타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으며, 동시에 AI가 창출하는 자본 수익(Capital Returns)의 최대 수혜자가 된다 [24].
그 정량적 결과는 냉혹하다. IMF가 AI 도입의 파급력을 측정하기 위한모델에 따르면 기본 시나리오에서 임금 지니계수는 1.73% 포인트 하락하지만, 자산 지니계수는 7.18%포인트 상승한다 [25]. 과거 루틴 업무 자동화 시기에 두 지표가 함께 상승했던 것과 달리, AI는 두 불평등 지표 간의 전례 없는 '분리 현상'을 만들어낸다.
주: IMF는 AI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단순히 하나의 결과로 단정 짓지 않고, 기술적 속성에 대한 가정을 달리하며 세 종류의 시나리오를 테스트했다. 기본형(Baseline): 기계적 대체 AI에 노출된 모든 직무가 단순히 인간을 밀어내는 '업무 대체(Task displacement)'로만 이어진다는 가정이다. 여기서는 그 어떤 노동자도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며, AI는 오직 비용 절감을 위한 교체 수단으로만 작동한다; 상보성 시나리오(Complementarity Scenarios): 보고서가 가장 현실적이라고 평가하는 모델이다. AI가 고소득 지식 노동자(High-income cognitive worker)를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업무 역량을 '보완 및 증폭(Enhance/Augment)'한다고 가정한다. 즉,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쥔 숙련 노동자가 더 압도적인 성과를 내며 생산성 보너스를 독식하는 상황이다; 확장 모델(Extended Model) - 기업의 내생적 채택: AI 도입을 어쩔 수 없이 닥치는 재난(외생적 충격)이 아니라, 기업이 수익성을 따져보고 내리는 '전략적 결정'으로 본다. 어떤 업무를 자동화했을 때 가장 비용이 많이 절감되는지를 계산하여 AI 도입 여부를 결정하며, 이 과정에서 자본분배율(Capital share)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특히 기업이 AI 도입을 직접 결정하는 '내생적 채택' 상황을 가정하면 결과는 더욱 비참하다. 고임금 노동자의 업무는 자동화 비용 대비 효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기업에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해당 노동자들의 고용 비용이 비싸고 그들의 업무가 AI 시스템이 이해하기 쉽도록 잘 규정되어 명확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자본 분배율이 10.2% 포인트 증가하고 생산성은 20.7%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지만, 자산 지니계수는 13.67% 포인트 상승할 것 - 기본 시나리오의 거의 두 배 - 이라 예측한다. 평균 임금은 실질적으로 -0.5%로 거의 변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26]. AI 도입의 이득이 압도적으로 자본에만 귀속되는 것이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 역시 독자적으로 이와 일치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AI가 노동 소득 불평등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증거는 없으며", 오히려 "AI가 자본 소득과 노동 소득 사이의 격차를 넓힐 것으로 예측"된다 [27]. 그는 과거의 자동화 사례 역시 노동자보다 기업 소유주들과 자본가의 배를 불렸지, 노동자에게는 그 열매가 돌아가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28]. 결국 AI가 가져올 자동화의 바람은 이보다 더 광범위하기 때문에, 평등한 분배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가계 단위의 불평등과 앞서 언급한 인프라 독점은 결코 별개의 사건이 아니다. 고소득 가계가 누리는 자본 수익의 정체는 결국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등 AI 스택의 길목을 장악한 기업들의 지분 수익이다. IMF 모델이 포착한 가계의 불평등과, 시장의 집중화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관찰된 동일한 권력의 작동 방식일 뿐이다.
4. 경제 너머의 권력
지금까지의 분석은 임금, 자산, 지니계수, 자본 수익률 등 전통적인 경제적 불평등의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AI 집중화에는 이러한 지표들이 포착하지 못하는 차원이 존재한다. 어쩌면 시간이 지날수록 이 보이지 않는 요인이 사회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만약 파운데이션 모델이 개발자들의 호언장담대로 범용 인공지능(AGI), 즉 인간이 수행할 수 있는 모든 인지적 과업을 수행할 수 수준에 근접하게 된다면, 시스템 통제권의 집중은 경제적 영역을 넘어 일종의 구조적 권력으로 변모한다. 코리넥과 비프라는 이 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시장 집중화는 AGI 시스템을 통제하는 주체들에 의한 전례 없는 권력 축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권력은 전통적인 경제적 영역을 훨씬 넘어 전 세계의 사회적, 정치적 지형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29]. 이들은 선제적인 독과점 규제 정책이 필요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경제적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과도한 권력 집중을 막는 핵심적인 견제 장치 역할을 함으로써, 혁신적인 기술이 소수가 아닌 공동체의 이익을 수호해야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30].
이것은 먼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아니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보급은 이미 지식 생산과 정보 검색, 전문 서비스 및 콘텐츠 제작 방식을 재편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이 구동되는 인프라를 장악한 기업들은 기술 확장의 결실을 독점하는 '지대 추구자(Rent-seeker)'인 동시에, 규제의 틀 자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설계할 수 있는 설계자이기도 하다.
슈레펠(Schrepel)과 펜틀랜드(Pentland)가 관찰했듯이, 이들은 구조적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정부와 협상하며, 자신들의 지위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후발 주자들에게는 가혹한 규제 준수 비용을 부과하는 프레임워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두 저자는 "파운데이션 모델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업계의 거물들로부터 먼저 나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규제의 문턱을 높여 신규 진입을 막으려는 '사다리 걷어차기'를 시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31].
더 근본적인 지점에서 코리넥과 스티글리츠는 시장의 자율성이 항상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는 고전적 믿음이 혁신 과정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후생경제학의 제1정리는 혁신 과정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사적인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혁신의 방향이 오히려 사회 전체의 효용(파레토 프런티어, 즉 전체의 파이가 커져서 일부의 만족도를 높여도 다른 사람이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는 한계선)을 깎아먹을 수 있다." 즉,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회 구성원 중 일부는 필연적으로 더 비참한 처지로 내몰릴 수 있다는 의미다 [32].
결국 AI가 어떤 방향으로 진보할 것인가는 시장이 내놓는 중립적인 결과물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 우리 사회의 공적 이익과는 무관할 수도 있는, 소수 사적 주체들이 내리는 지극히 '정치적인 선택'의 결과물이다.
5. 세계의 분열은 깊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분석은 주로 국가 내부의 불평등, 즉 AI 인프라를 소유한 자와 그 서비스를 이용할 뿐인 자 사이의 균열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하지만 AI 개발의 지리적 집중은 이러한 국내적 격차에 국가 간의 불평등을 결합하며, 이는 결국 개별 국가 내부의 문제보다 훨씬 더 영속적인 상흔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AI와 미래 노동에 관한 IMF의 실무 토의서(Staff Discussion Note)—다자간 기구에서 발표한 AI의 노동 시장 영향에 관한 가장 포괄적인 국가 간 평가서—는 국가 그룹 간의 노출 비대칭성을 정밀하게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 고용의 약 40%가 AI의 영향권에 있으며, 선진국은 더 큰 실직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나 동시에 신흥 시장이나 개발도상국보다 AI의 결실을 활용할 준비가 더 잘 되어 있다" [33]. 선진국의 경우 지식 노동 중심의 고용 구조로 인해 일자리의 약 60%가 AI에 노출되어 있는 반면, 신흥국은 40%, 저소득 국가는 26%로 그 수치가 떨어진다. 이러한 패턴은 실직 위험에 대한 노출과 생산성 이득을 포착할 준비성 사이의 지독한 불균형을 보여준다. "개발도상국은 당장 AI로 인한 고용 혼란은 덜 겪을지 모르나, 기술적 혜택을 흡수할 역량 또한 부족하다. 이는 국가 간 '디지털 격차'와 소득 불균형을 더욱 고착화할 것이다" [34].
IMF의 분석은 다자간 기구 특유의 절제된 언어로 서술되었지만, 기술 발전의 방향성이 품은 위험에 대해서는 단호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AI 격차는 기존의 경제적 불평등을 악화시킬 것이다. 선진국들이 AI를 활용해 경쟁 우위를 강화하는 동안, 개발도상국들은 AI를 자국의 성장 모델에 통합하는 과정에서조차 고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35].
이러한 격차는 인프라나 교육 수준의 차이 그 너머에 있는,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의도적인 지정학적 설계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2022년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은 반도체 제조 및 연구에 500억 달러 이상을 할당했고 [36], 2023년의 '유럽 반도체 법(European Chips Act)' 역시 430억 유로를 투입했다 [37]. 미국의 최첨단 칩 접근을 차단당한 중국 또한 475억 달러 규모의 국가 투자 기금을 통해 독자적인 역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38]. AI 인프라 경쟁은 이제 기업 간의 다툼이 아니라 국가 대항전이며, 전 세계 인구의 대다수는 이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관객석으로 밀려난 상태다.
이는 국가 발전 궤적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과거 자동화의 물결은 선진국 제조업의 비용 우위를 무너뜨려 생산 기지의 해외 이전(오프쇼어링)과 기술 이전을 촉진했고, 이는 신흥국의 '추격 성장'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AI는 이 논리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AI는 선진국이 그간 자신들의 비교 우위였던 지식·경영 과업들을 저비용으로 자동화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부유한 국가들의 생산성 우위를 오히려 연장시킨다. 과거 한국이나 대만, 중국이 걸었던 산업화의 경로—저렴한 노동력을 무기로 제조업을 일으켜 성장하는 방식—는 이제 막강한 경제력을 이미 선점한 국가들의 기술 장벽에 가로막히게 되었다.
6. 개혁의 함정: 의지가 능사는 아니다
이러한 역학 관계를 인정하는 것과 그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AI가 초래한 부의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대안들은, 단순한 정치적 의지만으로는 돌파하기 힘든 실질적이고 구조적인 제약에 가로막혀 있다.
가장 직관적인 해법은 AI 채택으로 발생하는 자본 수익에 과세하여 이를 피해 계층에게 기본소득으로 환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IMF의 분석은 이 '사후적 처방'이 치명적인 덫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15%의 자본세는 자산 지니계수를 3.74&p 감소시키지만, 그 과정에서 이전 지출 전의 임금 불평등은 오히려 0.7%p 증가한다 (주: 이전 지출 전이란, 정부가 보조금을 나눠주기 전 순수하게 시장에서 결정되는 노동자들의 월급 주머니를 뜻한다.) 보편적 기본소득(UBI)이 최종적으로 이전 지출 후의 임금 불평등을 3.44%포인트 낮추기는 하지만, 그 대가로 치러야 할 전체 경제적 비용은 가혹하다. 전체 생산량(output)은 26.9% 급감하고 평균 임금은 11.8% 하락한다 [39].
사회적 차원에서의 기회 비용 손실(사중 손실, deadweight loss) 역시 막대하다. 가계 전체의 총소득 손실액이 징수된 세수보다 두 배 이상 크게 나왔기 때문이다 (주: 정부가 100을 걷을 때 사회적으로는 200 이상의 소득 기회가 증발했다는 것을 의미함) 이러한 비용은 과거 자동화 시기보다 AI 도입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40]. 과거의 자동화가 단순히 노동을 '대체'하는 기계에 그쳤다면, AI는 숙련 노동자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확장하는 '생산성 보완재'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AI 도입을 억제할 때 발생하는 손실은 단순한 기계 한 대의 부재가 아니라, 그와 결합했을 노동자의 잠재적 역량 전체가 사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AI 수익에 무거운 자본세를 부과하면 기업은 AI 투자를 줄이게 된다. 이 경우, 일자리를 잃을 뻔한 일부 노동자는 당장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모르나, 사회 전체적으로는 AI라는 지렛대를 이용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임금을 올릴 수 있었던 '살아남은 노동자들'의 생산성 향상 기회가 통째로 사라진다. 이전 지출 전의 임금 불평등 증가가 의미하는 바가 이것이다. 요약하면, AI 도입으로 인한 전체 경제의 파이 커짐(Output)이 저지되면서 발생한 '받지 못한 임금의 총합'이 정부가 나눠주는 재분배 금액보다 훨씬 커지는 것이다.
결국 AI의 압도적인 생산성은 역설적으로 그 혁신을 멈춰 세웠을 때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잃어버린 성장의 과실) 또한 파괴적으로 비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사후적 조세 정책이 자칫 '혁신의 엔진'을 꺼뜨려, 보호하고자 했던 노동자들까지도 저성장의 늪에 가두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재분배 자체에 반대하는 논거가 아니라, AI라는 특수한 비용 구조를 가진 기술에는 전통적인 재정 수단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의 규모를 키우는 수준을 넘어, 부가 생성되는 근본적인 경로를 건드리는 '사전적 구조 개혁'으로 정책 툴킷(Policy Toolkit) 자체를 전환하는 일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자본세가 쏟아진 물을 닦는 방식이라면, 구조 개혁은 수도꼭지 자체를 공공의 영역에서 통제해야 한다는 논지다.
구조적 차원에서 제시되는 가장 논리적인 대안은 지배적인 파운데이션 모델을 '공공재(Public Utilities)'로 규제하는 것이다. "자연 독점 혹은 과점 상태에 있는 최첨단 파운데이션 모델 제조사들은 전력이나 수도와 같은 공공 서비스에 준하는 방식으로 관리될 필요가 있다" [41]. 차별 금지 요건, 의무적 접근권 보장, 가격 감독 등의 조치는 원론적으로 "공급 제한과 가격 상승에서 비롯되는 독점의 폐해를 방지하고, 경제 권력의 집중과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 [42]. 2024년 7월,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의 경쟁 당국은 AI를 "기술적 변곡점"으로 규정하며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에 대한 집중된 통제와 반경쟁적 파트너십에 대해 이례적인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43].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중대하지만, 그에 걸맞은 실질적인 구제책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개혁의 정치경제학은 이 구조적 난관을 더욱 심화시킨다. AI 규제 환경을 설계하기에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한 실체들은, 역설적으로 규제가 부재하거나 무력할 때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바로 그 주체들이다. 다시 말해,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은 경계해야 할 잠재적 위험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서 진행 중인 현실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을 공공재로 선언하려는 시도조차, 빅테크 기업들이 규제 기관과 결탁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진입 장벽'으로 변질시킬 위험이 크다는 말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사전적 개혁은 단순한 법적 규제를 넘어, 지능 인프라의 소유 구조를 다각화하거나 시민 참여형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등 더 근본적인 차원의 정치적 결단이 병행되어야 한다.
물론, 본 장에서 인용한 IMF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IMF는 역사적으로 특정 경제 질서를 옹호해 온 정치적 성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조직이며, 그들의 모델링 역시 현실의 복잡한 변수를 모두 담아내지 못한 하나의 가설적 시나리오일 뿐이다 [4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석을 인용한 이유는, 기존의 사후적 조세 체계가 AI라는 전대미문의 기술 앞에서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신력 있는 경제적 경고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경계해야 할 지점은, 조세 기반 재분배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 곧 기본소득(UBI)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기본소득은 AI 시대의 소득 절벽을 해결할 논의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대안이며, 그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 또한 자본세 외에 다양한 구조적 방안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비판의 초점은 '분배'라는 목적지가 아니라,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가 관습적으로 선택해 온 '조세'라는 경로가 AI라는 특수한 지능 엔진을 만나 예상치 못한 파괴적 기회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경고에 있다.
7. 낙관론자들이 옳은 것, 그리고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
엄밀한 분석을 위해서는 반대편의 증거 또한 소홀히 다룰 수 없으며, 실제로도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지표들은 존재한다.
메타(Meta)의 라마(Llama) 시리즈로 대표되는 오픈소스 파운데이션 모델들은 고성능 AI 시스템을 독점하지 않고도 배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술적으로 입증해냈다. 현재 파운데이션 모델 시장은 실질적인 경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선도적인 모델들의 성능 지표가 매우 좁은 간격으로 밀집해 있다는 사실은 각 모델의 역량이 상향 평준화되었음을 시사한다 [44].
여기에 칩 아키텍처의 혁신과 양자화(quantization), 추론 최적화 같은 기술적 진보가 더해지며 모델 운용 비용은 비약적으로 낮아졌다. 일각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기술적 결합을 통해 2030년까지 AI 학습 비용이 매년 75%씩 절감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는다 [45].
IMF가 제시한 임금 불평등 조사 결과 역시 유의미한 변수다. 기본 시나리오에 따르면, AI가 고소득 화이트칼라 업무를 대체하는 반면 저소득 노동자의 총생산성을 높여주면서 임금 지니계수가 1.73% 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노동자들에게 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삶의 변화다 [46].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는 낙관론자들이 애써 외면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오픈소스 모델은 '모델 계층(Model Layer)'에서의 접근성이나 경쟁 구도 문제는 해결해 줄지 모른다. 그러나 정작 그 모델들을 학습시키는 GPU 클러스터의 소유권, 모델이 구동되는 클라우드 인프라의 점유권, 그리고 차세대 모델 개발에서 기득권 사업자들에게 압도적인 우위를 제공하는 '독점적 데이터 해자(Data Moat)'까지는 바꾸지 못한다.
아무리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파운데이션 모델이라 할지라도, 결국 엔비디아(Nvidia)의 하드웨어 위에서 돌아가며, 아마존(Amazon)이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클라우드를 통해 접속되고, 구글(Google)이나 메타(Meta)가 장악한 플랫폼 데이터로 학습된다. 모델 배포는 '무료'일 수 있어도, 그 거대한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지대(Rents)'의 배분은 결코 무료가 아니다.
임금 불평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낙관적 지표 역시 데이터 자체는 사실일지 모르나, 분석의 번지수를 잘못 짚고 있다. IMF가 테스트한 모든 시나리오—기본형, 상보성, 내생적 채택—에서 부(Wealth)의 지니계수는 예외 없이 7.16에서 13.67%포인트 범위로 치솟았다 [47]. 기존 문헌들이 제시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어디까지나 AI가 '임금 격차'를 줄여주는 경우에 한정된다. 그러나 IMF의 분석은 설령 그런 시나리오가 실현된다 하더라도 '부의 불평등'은 실질적으로 심화된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이는 이미 막대한 금융 자산을 보유한 이들에게 자본 수익이 집중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결국 '월급의 문제'와 '자산의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전자에 매몰된 낙관론자들의 논리는 후자가 초래할 거대한 불평등의 파도를 결코 막아낼 수 없다.
결론
인공지능은 세계 경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이다. 그 변화의 규모나 궤적, 시기에 대해서는 분석가와 기업들 사이에 이견이 있을지언정, '변혁' 그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본 에세이가 던지고자 했던 질문은 그보다 더 깊은 층위에 있다. 즉, AI가 얼마나 막대한 부를 창출할 것인가가 아니라, 그 부가 어떠한 메커니즘을 통해 분배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AI가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를 묻고자 한다.
검토한 증거들로부터 도출된 답변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AI가 의존하는 핵심 인프라는 시장 지위가 스스로를 강화하는 소수의 거대 기업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 이러한 집중을 만들어낸 경제적 기제들—규모의 경제, 데이터 피드백 루프, 수직적 통합, 그리고 지능 피드백 루프—은 미성숙한 기술의 일시적인 특징이 아니다. 오히려 AI라는 기술의 비용 구조에 내재된 본질적 속성에 가깝다.
가계 차원의 분배 결과 역시 여러 독립적인 분석 방법론 사이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 AI는 자본 소득과 노동 소득 사이의 간극을 벌릴 것이며, 설령 임금 격차가 줄어드는 시나리오에서조차 자산(Wealth)의 불평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간 불균형은 이러한 국내적 불평등을 한층 심화시킨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AI 준비성' 격차는, 과거 제3세계나 개발도상국을 빈곤에서 건져 올렸던 전통적인 발전 궤적(저렴한 노동력으로 선진국의 하청 기지 역할) 자체를 차단할 위험이 있다. 더욱이 우리가 가장 손쉽게 떠올리는 정책 수단들—자본 과세, 공정거래법, 공공재 규제—은 단순한 정치적 의지만으로는 돌파하기 힘든 견고한 구조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이 중 그 어떤 것도 인간의 행위 주체성(agency)을 벗어난 필연적인 결과는 아니다. AI 발전의 방향은 물리 법칙처럼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규제적 선택, 지적 재산권법, 인프라와 교육에 대한 공적 투자, 독점 금지법의 집행, 그리고 무엇보다 누가 규칙을 정의하느냐를 결정하는 정치경제학에 의해 형성된다.
현재의 증거들이 증명하는 바는 명확하다. 현재의 거버넌스 구조하에서 진행되는 AI의 진보는, 기술의 결실을 이미 막대한 부를 소유한 이들에게 불균형적으로 귀속시키는 경로라는 것. 이 궤적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더 나은 정책을 제안하는 것 이전에, 현재의 정책 체계가 사실상 누구의 구조적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냉철한 폭로가 선행되어야 한다.
END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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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eak share estimates: Norem, Josh. “Analysts Estimate Nvidia Owns 98% of the Data Center GPU Market.” ExtremeTech, 1 February 2024 (cited in Korinek and Vipra 2024, p. 11); Silicon Analysts. “NVIDIA AI GPU Market Share 2026.” February 2026. https://siliconanalysts.com/analysis/nvidia-ai-accelerator-market-share-2024-2026. Share peaked near 87% in 2024; projected at 75–80% by 2026 per analyst estimates.
3. IntuitionLabs. “NVIDIA Data Center GPU Specs: A Complete Comparison Guide.” March 2026. https://intuitionlabs.ai/articles/nvidia-data-center-gpu-specs. Data center revenue of $51.2bn in Q3 FY2026 and full-year FY2026 revenue of $215.9bn drawn from Nvidia’s reported results.
4. End-2023 snapshot: Korinek and Vipra 2024, p. 9 (source: Fernandez et al. 2023). 2025 enterprise LLM share: Tully, Tim, Joff Redfern, Deedy Das, and Derek Xiao. “2025: The State of Generative AI in the Enterprise.” Menlo Ventures, December 9, 2025. https://menlovc.com/perspective/2025-the-state-of-generative-ai-in-the-enterprise/. [Source Tier: DEVIATION — Menlo Ventures is a venture capital firm with commercial interests; no Tier 1 or Tier 2 primary source for current market share data is available. Figures represent enterprise LLM API spend across approximately 500 surveyed enterprise decision-makers; not directly comparable to the 2023 total-market figure.]
5. Schrepel, Thibault, and Alex ‘Sandy’ Pentland. “Competition between AI Foundation Models: Dynamics and Policy Recommendations.” Industrial and Corporate Change 34, no. 5 (2025): 1085–1103. https://doi.org/10.1093/icc/dtae042. p. 1092. Source: Woo and Efrati 2023.
6. Schrepel and Pentland 2025, p. 1092. Source: Stanford HAI 2024.
7. Schrepel and Pentland 2025, p. 1092. Source: Mok 2023.
8. Cottier, Ben. “Trends in the Dollar Training Cost of Machine Learning Systems.” Epoch, 31 January 2023. Cited in Korinek and Vipra 2024, p. 14.
9. Vipra, Jai, and Anton Korinek. “Market Concentration Implications of Foundation Models: The Invisible Hand of ChatGPT.” Brookings Center on Regulation and Markets Working Paper #9. Brookings Institution, September 2023. Executive Summary, p. 2. https://arxiv.org/pdf/2311.0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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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Gans 2024, p. 11.
12. Gans 2024, p. 11.
13. Korinek and Vipra 2024, p. 19.
14. Schrepel and Pentland 2025, p. 1091.
15. Schrepel and Pentland 2025, p. 1086.
16. Korinek and Vipra 2024, p. 21.
17. Korinek and Vipra 2024, p. 10.
18. Korinek and Vipra 2024, p.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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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Korinek, Anton, and Joseph E. Stiglitz. “Artificial Intelligence and Its Implications for Income Distribution and Unemployment.” In The Economics of Artificial Intelligence: An Agenda, edited by Ajay Agrawal, Joshua Gans, and Avi Goldfarb.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 NBER, 2018. NBER Working Paper No. 24174. Abstract.
21. Liu, Fang, and Chen Liang. “Analyzing Wealth Distribution Eff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A Dynamic Stochastic General Equilibrium Approach.” Heliyon 11, no. 2 (January 30, 2025): e41943. https://doi.org/10.1016/j.heliyon.2025.e41943. Abst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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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Rockall, Tavares, and Pizzinelli 2025, p. 45.
25. Rockall, Tavares, and Pizzinelli 2025, Table 2, p.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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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Acemoglu 2024, p. 2.
29. Korinek and Vipra 2024, pp. 4–5.
30. Korinek and Vipra 2024, p. 5.
31. Schrepel and Pentland 2025, p. 1098.
32. Korinek and Stiglitz 2018, p.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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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Cazzaniga et al. 2024, Executive Summary, p. 2.
35. Cazzaniga et al. 2024, p. 4.
36. Korinek and Vipra 2024, p. 15.
37. Korinek and Vipra 2024, p. 15.
38. Korinek and Vipra 2024, p. 16.
39. Rockall, Tavares, and Pizzinelli 2025, Table 6, p. 42; narrative context: p. 43.
40. Rockall, Tavares, and Pizzinelli 2025, p. 43.
41. Vipra and Korinek 2023, Executive Summary, p. 3.
42. Vipra and Korinek 2023, Executive Summary, p. 2.
43. Vestager, Margrethe, Sarah Cardell, Jonathan Kanter, and Lina Khan. “Joint Statement on Competition in Generative AI Foundation Models and AI Products.” Federal Trade Commission, 22 July 2024. Cited in Korinek and Vipra 2024, p. 12.
44. Korinek and Vipra 2024, pp. 5–6.
45. ARK Invest 2024. Cited in Schrepel and Pentland 2025, p. 1092.
46. Rockall, Tavares, and Pizzinelli 2025, Table 2, p. 24.
47. Rockall, Tavares, and Pizzinelli 2025, Tables 2 and 4, pp. 24, 38.
BIBLI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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