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ciety

인권도 돈이 있어야 실현된다 (Aeon Essay by Attitya Waris)

by pragma 2026. 5. 31.

https://aeon.co/essays/to-fund-human-rights-we-need-a-global-fair-tax-convention


케냐 나이로비의 도로에는 마타투(matatu)라는 비공식 미니버스가 넘쳐난다. 제때 오지 않고, 요금은 수요에 따라 오르내리며, 승객은 좁은 공간에 몸을 구겨 넣는다. 나이로비 대학교 재정법 교수이자 UN(유엔) 외채·인권 독립전문가인 Attiya Waris는 이 풍경을 인프라의 질 문제로 보지 않는다. 공공 버스 시스템을 구축할 재정이 없는 국가의 현실이고, 그 재정 실패는 곧 인권 실패라는 것이 이 에세이의 출발점이다.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가난한 것이 아니라, 가난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 추산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매년 886억 달러를 무역 허위 신고, 이전가격 조작, 역외 조세피난처 우회 등을 통한 불법 자금 유출로 잃는다. 이는 아프리카 대륙 GDP의 3.7%에 해당하며, 같은 해 수령하는 ODA(공적개발원조)와 FDI(외국인직접투자) 합산액에 맞먹는 규모다. 1980년부터 2018년까지 누적 유출액은 1조 3,000억 달러에 달한다.
 
채무 문제도 중첩된다. 2024년 아프리카의 외채 원리금 상환액은 약 740억 달러로, 2010년 대비 네 배 이상 증가했다. 아프리카 30개국 이상에서 부채 상환액이 보건 지출을 초과한다. Waris는 이것이 방만한 차입의 결과가 아니라고 본다.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들은 독립 당시 식민 통치 비용을 고스란히 승계받았다. 즉 자신들의 식민지화 비용을 스스로 갚아야 하는 상태로 출발했다.
 
이후 1970년대 서방 은행들이 페트로달러를 재순환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 정부에 차관을 밀어넣었고, 1979년 볼커 쇼크(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로 금리가 급등하면서 부채 위기가 촉발됐다. 1980~90년대에는 IMF(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이 구조조정 조건을 부과하며 공공 지출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 국채에는 경제적 펀더멘털이 아닌 식민지적 역사가 만들어낸 편견을 반영한 위험 프리미엄이 부과됐고, 국제 금융시장은 이를 한 번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았다. 잠비아는 2020년 디폴트 이후 3년을 기다려야 채무 재조정을 받았고, 그 기간 동안 긴축이 사회 서비스를 잠식했다.
 
국제 조세 체계에 대한 비판도 이어진다. 현행 규칙은 20세기 중반 아프리카가 식민 지배하에 있거나 막 독립할 즈음, 열강들이 설계한 것이다. 핵심 원칙은 기업의 물리적 실재(physical presence), 즉 실제로 사무소나 시설이 있는 곳에서 과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경제에서 이 원칙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기업은 물리적 거점 없이도 한 나라의 소비자에게서 막대한 가치를 추출할 수 있다. 케냐 소비자에게서 발생한 광고 수익이 네덜란드나 모리셔스를 거쳐 과세를 피하는 일이 제도적으로 가능한 것이 그 예다. 결과적으로 아프리카 국가 중 절반 이상이 GDP 대비 세수 비율 15% 이하에 머무는데, 이는 UN이 기초 공공서비스 제공에 필요하다고 제시하는 최저선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저소득 국가들이 법인세 회피만으로 연간 2,000억 달러 이상을 잃는다고 추산한다.


비판적으로 읽으면, 논지의 방향은 타당하지만 에세이의 특성상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유출액 추산 886억 달러는 데이터의 한계 - 공식적으로 잡히지 않는 수치나 데이터 자체가 아예 없는 국가 - 로 인해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힌 수치이다.
 
둘째, 외부 구조에 책임의 무게중심을 강하게 두는 반면, 아프리카 내부 엘리트의 자본 도피나 부패에 의한 유출은 상대적으로 소략하게 다뤄진다. 저자 스스로도 인정하듯 이 문제는 "음모"가 아닌 구조적 유인의 결과지만, 그렇다면 내부 행위자의 책임도 같은 논리로 다뤄져야 한다.
 
셋째, UN 국제조세협약 협상을 주요 해법으로 제시하는 대목은 현실적 장애물 — 강대국의 비준 거부, 이행 메커니즘의 취약성 — 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에세이가 제기하는 질문은 유효하다. 매년 막대한 원조가 아프리카로 유입되는데 왜 빈곤은 지속되는가. Waris는 한 가지 구조적 답을 제시한다. 불법 자금 유출액이 ODA와 FDI 합산액에 맞먹는다면, 들어오는 것과 빠져나가는 것이 상쇄되는 구조 자체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국제사회의 자금 원조는 조건부(conditionality)를 통해 당사국의 정책 선택지를 제한하기도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조세·채무 구조의 근본적 개혁 없이 원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논지다.
 
인권은 선언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병원을 짓고, 교사를 고용하고, 버스를 운행하려면 재정이 있어야 한다. Waris의 에세이는 그 재정이 어디서 새고 있는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