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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현지 언론 기사를 복붙하는 게 특파원의 임무인가? (f.t. 연합뉴스)

by pragma 2026. 6. 23.

 

지난 6월 18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한국에 유학 중인 프랑스 학생 약 20명을 현지 취재한 기사를 실었다. 서울 특파원 Philippe Mesmer가 직접 인터뷰하고 작성한, 약 1,200단어 분량의 유료 구독 기사다.

 

4일 뒤인 6월 22일, 연합뉴스는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이라는 바이라인으로 사실상 동일한 내용의 기사를 송고했다. 본문 중간에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이라는 문장이 한 줄 들어가 있다. 특파원이 현지 기사를 인용하는 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인용의 정도가 거의 복붙 수준으로 노골적이라는 것, 기사 자체를 통째로 인공지능 번역을 돌린 후 일부를 쳐냈다는 의심을 들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이 글은 두 기사의 구조·내용을 1대1로 대조하여, 연합뉴스 기사가 르몽드 원문의 번역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저작권 및 자사 AI 활용 준칙과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검토한다. 비평·고발 목적의 인용으로서 공정 이용 원칙에 따른다.

1. 등장인물 순서가 100% 일치한다

르몽드 원문과 연합뉴스 기사에 등장하는 인터뷰이의 순서를 나란히 놓으면 다음과 같다.

인터뷰이 등장 순서 비교
1Yasmine Hadouzi (홍익대, 경영)야스민 하두지
2Candice Chatillon (홍익대, 한국어·커뮤니케이션)캉디스 샤티용
3Erika Da Silva (홍익대, 한국어)에리카 다 실바
4Hugo Palard (예술)위고 팔라르
5Amaia (홍익대, 그래픽 디자인)아마이나
6Maiwenn Corbel (국제경영)마이웬 코르벨
7Lola Plantard (Duperré 예술학교)롤라 플랑타르
8Morgane (홍익대, 한국어)모르간
9Alyssia (고려대)알리시아
10Jeanne Rousseau (Isuga, 국제경영)잔 루소
11Benjamin Joinau (홍익대 교수, 인류학자)뱅자맹 주아노 홍익대 교수

우연의 일치로 11명이 동일한 순서로 등장할 확률은 사실상 0이다. 연합뉴스 기사는 르몽드 원문의 구조를 그대로 따랐다. (사족으로 파리 주재 특파원이 서울의 프랑스 유학생을 취재한다는 것 자체가 뜬금없지 않은가? 여기서부터 무언가 잘못되어 간다)

2. 발언 내용 병렬 대조

주요 인터뷰이의 발언을 르몽드 원문(프랑스어)과 연합뉴스 번역문 순서대로 대조한다.

🇫🇷 Le Monde 원문 (Philippe Mesmer, 2026.06.18) 🇰🇷 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2026.06.22)
Yasmine Hadouzi, 21 ans — Isuga / 홍익대
« C'est une vraie chance d'être dans ce pays et de vivre toutes les expériences qu'il a à offrir. »
야스민 하두지 — 홍익대 유학
"이 나라에 머물며 이곳이 제공하는 모든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다"
Candice Chatillon, 20 ans — 홍익대 한국어·커뮤니케이션
« Je l'ai découverte en 2020, pendant le confinement. C'était une vraie bulle d'évasion dans cette période un peu spéciale. »
캉디스 샤티용 — 홍익대 한국어·시각 커뮤니케이션
"2020년 코로나 봉쇄 기간에 한국 문화를 처음 접했다. 케이팝(K-POP) 그룹의 노래는 내게 탈출구와 같았다"
Erika Da Silva, 21 ans — 홍익대 한국어
« A la différence des séries américaine très crues, les K-dramas me sont apparus beaucoup plus doux et moins vulgaires »
에리카 다 실바
"매우 노골적인 미국 드라마와 달리 한국 드라마는 훨씬 더 부드럽고 저속하지 않게 느껴졌다"
Hugo Palard, 21 ans — 예술 전공
« Elle a traversé de nombreuses périodes historiques, invasions et influences extérieures, qui ont contribué au développement d'une identité artistique très particulière. »
위고 팔라르 — 예술 전공
"한국은 수많은 역사적 시기, 외세 침략과 외부적 영향을 겪어 왔고, 이런 경험들이 매우 독특한 예술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Amaia, 20 ans — 홍익대 그래픽 디자인
« Je n'ai pas été inquiétée une seule fois dans le métro ou dans la rue. Il faut être vigilant, surtout le soir, mais je me sens plus en confiance ici qu'en France. »
아마이나 — 그래픽 디자인 전공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단 한 번도 불안감을 느낀 적이 없다. 밤에는 조심해야 하긴 하지만 프랑스보다 여기에서 더 안심된다"
Lola Plantard, 23 ans — Duperré 예술학교
« beaucoup de sexisme, de hiérarchie, de non-respect de la santé mentale… »
« très surprise de découvrir ici une si forte obsession pour l'apparence »
롤라 플랑타르
"성차별, 위계질서, 정신 건강이나 환경, 채식주의에 대한 무관심이 만연하다"
"이곳에서 외모에 대한 집착이 이토록 강하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Jeanne Rousseau — Isuga 국제경영
« la hiérarchie très verticale, les heures supplémentaires considérées comme une évidence »
« Travailler avec la Corée, oui, mais comme les Coréens, non. »
잔 루소 — 국제경영학 전공
"매우 수직적인 위계 구조와 당연시되는 초과 근무"
"한국과 관련해 일하는 건 좋지만, 한국인처럼 일하는 건 하기 힘들다"
Benjamin Joinau — 홍익대 교수, 인류학자(anthropologue)
« Parfois fantasmée, la Corée du Sud est souvent perçue comme cool… La réalité n'est pas si simple. Il faut venir avec un projet, pas avec des fantasmes. »
뱅자맹 주아노 — 홍익대 교수 (인류학자 직함 누락)
"때로는 환상적으로 그려지기도 하는 한국…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환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와야 한다"

3. 번역 과정에서 사라진 내용들

단순 번역이었다면 누락될 이유가 없는 내용들이 연합뉴스 기사에서 빠졌다. 삭제 패턴을 보면 AI가 처리하기 어렵거나 민감한 표현들이 주로 제거됐다.

삭제 항목 1 — 관용 표현 (번역 불가 처리 추정)

르몽드 원문에는 한국 남성들이 외국 여성에게 접근하는 맥락을 설명하며 현지 표현을 직접 인용했다.

원문: « …alors qu'ils peuvent seulement vouloir assouvir le fantasme de "monter une jument blanche", pour reprendre une expression locale. »

"백마를 타다"라는 한국 속어를 AI가 번역하지 못하거나 편집 단계에서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삭제 항목 2 — 약물 관련 내용

르몽드 원문은 클럽에서의 성범죄 맥락으로 약물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원문: « Les cas d'usage de la drogue du viol ne sont pas rares. »

연합뉴스: 해당 문장 전체 삭제.

삭제 항목 3 — 전문가 직함 누락

르몽드는 Benjamin Joinau를 "인류학자이자 홍익대 교수(anthropologue et enseignant)"로 소개했다.

원문: « Benjamin Joinau, anthropologue et enseignant à l'université Hongik »

연합뉴스: "뱅자맹 주아노 홍익대 교수"로만 표기. 인류학자 직함 누락.

삭제 항목 4 — K팝 클럽 외국인 차별 세부 내용

르몽드 원문은 외국인 출입 금지 케이팝 댄스 클럽 사례를 더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원문: « …interdit aux étrangers, "sauf aux Japonais ou Chinois qui pouvaient passer pour des Coréens". »

연합뉴스: "외국인 출입을 금지한 사례"라고만 언급. 일본인·중국인 예외 조항 삭제.

삭제 항목 5 — 정신건강·영사관 서비스 내용

르몽드는 유학생 고립감과 정신건강 문제, 프랑스 영사관이 프랑코폰 정신과 의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명시했다.

원문: « Le service consulaire français propose d'ailleurs à ses ressortissants les services d'un psychiatre francophone. »

연합뉴스: 해당 내용 전체 삭제.

4. 법적·윤리적 쟁점

① 저작권 침해 소지
르몽드 기사는 유료 구독 저작물이다. 출처를 한 줄 명시했더라도, 원문 구조와 인터뷰 내용의 대부분을 번역·재구성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상 2차적 저작물 무단 작성에 해당할 수 있다. 연합뉴스와 르몽드 간 콘텐츠 사용 계약이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나, 있다면 그 사실 자체를 공시하는 것이 투명성 원칙에 부합한다.
② 바이라인 기만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이라는 바이라인은 독자에게 특파원이 현지에서 직접 취재한 기사임을 암시한다. 실제 작업이 르몽드 기사 번역에 그쳤다면, 이 바이라인은 독자를 오도하는 표현이다.
③ 자사 AI 활용 준칙 제2조 위반 소지
연합뉴스 AI 활용 준칙 제2조는 "기사 작성에 AI를 활용한 경우 명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번역에 AI를 사용한 경우 표기를 생략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으나, 기사 전체가 번역으로 구성된 경우에도 이 예외가 적용되는지는 불명확하다.
④ 자사 AI 활용 준칙 제3조 ④항 위반 소지
준칙 제3조 ④항은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복제·변형해 AI에 입력하거나 활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르몽드 유료 기사를 AI 번역 도구에 입력했다면, 이는 자사 준칙의 명시적 금지 항목에 해당한다.

5. 사견

연합뉴스와 르몽드 사이에 콘텐츠 사용 계약이 존재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만약 계약 없이 유료 저작물을 번역·송고한 것이라면, 이는 관행의 문제가 아니다. 연합뉴스는 3류 언론도 아니고 무려 대한민국 국가기간뉴스 통신사다. 프랑스 신문사 기사를 몰래 번역해 자사 특파원 이름을 붙여 내보내는 것이 국가기간뉴스 통신사의 업무 방식이라면, 이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프랑스 사례라고 아무도 눈치 못 챌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필자는 며칠 전 르몽드 원문을 직접 읽었고, 연합뉴스 기사를 보는 순간 복붙 수준임을 순식간에 간파했다.

결론

이 글에서 확인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1. 연합뉴스 기사와 르몽드 원문은 인터뷰이 등장 순서, 발언 내용, 단락 구성이 1대1로 일치한다.

2. 연합뉴스는 독자 취재 없이 르몽드 기사를 번역하여 "파리 특파원" 바이라인으로 송고했다.

3. 번역 과정에서 민감하거나 처리하기 어려운 내용 5개 항목이 삭제됐다.

4. 이는 저작권법상 2차 저작물 무단 작성, 자사 AI 활용 준칙 위반, 바이라인 기만이라는 세 가지 문제를 동시에 제기한다.

연합뉴스는 자사 홈페이지 하단에 AI 활용 준칙을 공시하고 있다. 그 준칙의 정신이 이번 기사에 실제로 적용됐는지는, 위의 대조만으로도 독자가 판단할 수 있다.

※ 이 글은 미디어 비평 목적으로 작성됐으며, 두 기사의 원문은 비교 분석을 위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인용됐다.
르몽드 원문: Philippe Mesmer, Le Monde Campus, 2026.06.18
연합뉴스 기사: 송진원 특파원, 2026.06.22 18:3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