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한풀 꺾여 정말 다행이다. 작년의 끔찍한 더위보다는 덜하지만, 올해 피크도 만만치 않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여름이 가혹해지고 있어 우려된다.
좋은 현상이라면 응애와 깍지벌레는 더이상 창궐하지 않는다. 응애는 빨아먹을 식물이 없어 굶어 죽었거나(2~3주 간 격리구역 유지), 높은 습도로 인해 사멸했을 수도 있다. 깍지벌레는 샤워기 세척으로 깔끔히 해결했다.


오렌지자스민과 피어리스는 건강하다. 전자는 계속 꽃이 피고 지는데, 수정된 열매가 아직 커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작은 덩치에 비해 많이 무리하는 감이 없지않아 있는데, 개화 때처럼 열매에 영양분을 집중할 때가 되면 한꺼번에 키워내지 않을까 싶다. 후자는 새 이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파리 보려 키우는 나무이므로 딱히 덧붙일 말이 없다.


무주로 휴가를 갔다가 민트를 업어왔다. 좌측의 녀석은 스피아민트와 굉장히 닮았고, 그쪽 계열로 보이는데, 휴양지 돌계단 사이에 나 있던 것이다. 야생 민트는 교잡이 심한 녀석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우측 개체는 페퍼민트 계열로 추정된다. 꽃이 잎사귀 사이가 아닌 줄기 끝에서 여우 꼬리 모양으로 피기 때문에 토종 박하는 확실히 아니다. 물론 같은 종의 민트라도 환경이나 자연교잡에 따라 향이 다를 수도 있는데, 녀석은 키우던 페퍼민트와 비해 잎 모양이 갸름한 아몬드형이고, 멘톨 향도 훨씬 강렬하다. 딱 롯데 후라보노 껌 냄새다. 화분 덩치에 비해 많이 휑한데, 물꽂이 중인 가지가 더 있다. 줄기를 꺾어놓고 사흘 만에 뿌리를 내린 식물계의 좀비다.

씨앗을 뿌린 부추와 루꼴라. 발아율은 8할 이상. 솎아내느라 허리아파 죽는 줄 알았다. 조만간 상추를 심으라는 지령이 내려와, 한번 더 솎아낼 예정이다.

동시에 파종한 바질 세 녀석은 광량에 따라 생육 상태 차이가 심하다. 맨 위쪽(파스타용으로 끝순을 딴 개체)은 통풍은 제일 안 되지만 광량이 가장 많은 구역에서 자랐다. 바로 밑의 싱싱한 녀석은 창가 바로 앞에서 바람을 맞으며 자랐는데, 방충망과 난간에 햇빛이 걸러졌거나 뿌리를 세우는 데 집중하느라 자람새가 다소 느리다. 가장 왜소한 녀석은 창가에서 30cm 뒤에 위치해 통풍은 충분했지만 이상하리만큼 생육이 더디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생장 비교 실험이다.

다이소에서 사서 파종한 레몬밤. 키친타올에서 열흘 정도 불려서 겨우 3개 건졌다. 성질이 급해서 나머지는 실패 처리 했다. 바질처럼 뿌리는 족족 나면 그것도 골칫거린데, 잘 되었다. 사진처럼 마사토와 상토를 6대 4 배합한 슬릿화분에서 키우고 있다. 일단 발아하고 나니 잘 큰다. 겨울이 오기 전에 10센티 정도는 자라야 할 텐데.

장미허브와 제라늄은 이 집에서 꽤 오랫동안 살던 녀석이다. 내가 산 것은 아니지만, 장미허브(서양에서는 쿠바 오레가노로 불린다)는 몇 년간 덤불을 이루던 것을 채소 심겠다고 다 걷어낸 다음 일부만 이렇게 살려 놓았다. 민트 뺨치는 좀비인지라, 토양 안 가리고 잘만 자란다. 제라늄은 전부 다 다른데, 아쉽게도 팻말을 잃어버려 어떤 품종인지 모른다. 웃자람이 심해 몇 개체는 잘라서 삽목 중이다. 물꽂이도 잘 되지만, 마사토 삽목도 굉장히 잘 된다.
총론: 2026년 남은 식물 쇼핑 타겟은 상추(월동 전제), 로즈제라늄(구문초), 오레가노, 백리향이다. 화분 두세 개만 더 들어오면 발코니가 꽉 찰 듯하다. 마지막으로, 응애 때문에 저세상으로 간 카네이션과 라벤더에게 묵념을 보낸다. 괜한 만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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