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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ment

[투자일기 #05] 3월 결산: 문제적 남자 도널드

by pragma 2026. 5. 8.

3월 한 달을 깔끔히 요약하라면, 석유와 가스로 협박하는 것은 전가의 보도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오일쇼크의 추억도 희미해질 무렵,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한번씩 이런 이벤트가 터지나 보다. 고마워요 도널드. 세계인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네. 의외로 이란이 그동안 자제심을 발휘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

 

이란 혁명과 더불어 미 대사관 인질 사건이 있었다. 미국이 팔레비 왕조의 탄압을 비호하면서 석유에 빨대를 꼽았으니 인과응보긴 하지만. 자존심 구긴 미국은 이란에 장장 40년에 달하는 경제제재를 해왔다. 이란이라는 국가의 체급을 생각하면 퍽 아쉬운 일이다. 인구 8천만이 넘는 나라가 국제무역에 적극 동참하면 지금보다 훨씬 강한 나라가 되었을 거고 중동의 패권을 논했을지도 모른다. 이스라엘은 이게 싫겠지만. 터키도 이슬람권에서 땅도 넓고 인구도 많은 나라지만 결정적으로 없는 게 있다. 석유. 물론 보스포루스 해협 통행권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있다지만 그 카드를 썼을 때 푸틴 짜르의 보복을 알기 때문에 함부로 못 할 것이다.

 

이란도 냉정하게 대응한 것 같다. 최고지도자와 수뇌부 여럿이 저승에 사출되었는데도 그다지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내상은 입었겠지만 국가 전복까지는 가지 않았다. 최근 이란이 샤헤드(Shahed) 드론과 저가형 미사일을 섞어 쏘아 올린 것은 이스라엘의 고가 방공 미사일(아이언 돔, 애로우-3)을 소진시키려는 정교한 비대칭 소모전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을 막아서고 세계 각국을 반협박으로 구슬리는 전략은 현명했다고 본다. 실제로 글로벌 해상 보험료가 300% 이상 폭등하며 물류망에 과부하를 걸고 있다. 덕분에 아무도 이스라엘과 미국 편을 들지 않는다. 돈과 실탄이 떨어지는 자가 먼저 협상을 논할 것인데, 미국이 최근 물밑에서 협상 제안을 건넸다는 소식 자체가 이미 게임 끝이라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야 본토 돌아가는 꼴을 보면 11월 중간선거에서 제대로 심판당할 것 같다. 지난 3월 24일, 트럼프의 자택인 마라라고가 포함된 플로리다 주 하원 87선거구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에밀리 그레고리(Emily Gregory)가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11%p 차이로 낙승했던 '앞마당'이 불과 1년여 만에 뒤집힌 것이다. 이는 심각한 민심 이반의 징조다. 한국은 대통령이 야당을 참 잘 만났고 미국은 야당이 대통령을 참 잘 만났다. 유가 상승과 7%를 상회하는 모기지 금리 인상은 쐐기를 박을 것이다. 아무리 남부 공화당 친구들이 미국 아이큐의 평균을 깎아먹어도, 선벨트 지역의 생활비와 대출금리가 껑충 뛴다면야 표심은 돌아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식료품, 가스비, 주거비 하락'이라는 실용적 프레임으로 트럼프가 직접 지지한 후보를 꺾었다.

 

문제는 동아시아 제조업 국가다. 한중일 타이완 모두 석유를 가공해 물건 만드는 나라 아니던가. 당장 한국은 국내 수급 안정을 위해 비닐 원료인 나프타(Naphtha) 수출에 비상 제한을 걸었다. 휘발유 값이 리터당 2,000원을 찍는 것은 시간문제다. 운송업계와 정제 마진 압박을 받는 정유업계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겠지. 가스 공급처를 다변화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옛날 오일쇼크 때 호되게 당한 여파로 석유비축을 꽤 많이 했지만, 그건 비상 중 비상 대비용일 뿐이며 수입선 다변화에 따른 수송비 상승은 피할 수 없다.

 

한국은 플라스틱을 많이 생산하고 많이 쓴다. 염려스러울 정도다. 택배 포장에 쓰는 테이프, 스티로폼 박스, 비닐 포장재, 비닐하우스, 담배 필터, 종이컵 내부 코팅, 의류, 건축재, 각종 공산품... 전 국토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신음한다. 동물들은 소변으로 영역 표시를 하고 인간들은 플라스틱으로 영역 표시를 한다. 소변은 생분해가 되지만 플라스틱은 500년 플러스 알파라고 하니, 짐승보다 못된 게 인간이다. 꼭 국립공원까지 가서 쓰레기를 버리는 건 무슨 심보인지. 이 기회에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을 했으면 좋겠다. 후세에 깨끗한 나라를 물려줘야지 않겠는가?

 

투자일기라면서 돈 얘기를 안 했는데 어차피 하나마나 해서 안 했다. 이란 전쟁의 안개가 걷혀야 기술주가 오르든 말든 할 테고, 블로그나 유튜브나 짬밥 드신 분들이 10년물 국채금리, 유가, 금은값, 인플레이션 얘기는 다 해줄 테니 뭐하러 지면을 낭비할지 모르겠다.

 

인공지능은 이제 시작단계고 반도체는 더 필요했으면 하지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AI 모델이 전력을 잡아먹는 속도가 하드웨어 효율 개선 속도보다 빨라 전력 수급과 인프라(변압기, 구리선 등) 문제가 조만간 투자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할 것이다. 벌써부터 AI가 뭘 잘 하니 못 하니 하는데, 그 사람들의 말은 이미 낡은 정보 기반이다. 엔지니어나 개발자, 설계자들은 지금도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니 껍데기 담론보다 기업의 실질적 기술력 공부에 더 신경 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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