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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ment

[투자일기 #09] 4월 4주차 결산: 시장이여, 시장이여, Quo Vadis?

by pragma 2026. 5. 8.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이제 시장에 만성화된 노이즈가 되었나 보다. 트럼프가 공갈협박을 하던, 이란이 배째라 나오든, 시장은 뉴욕에 있으니 제 갈길 가려 하고 있다. 저놈들 때문에 실적발표 축제를 망칠 수는 없지. 코스피는 천천히 7000을 향해 전진하고 있고, 5개월 만에 찾아온 나스닥의 반등은 에너지를 응축했던 만큼 강력했다. 그 중심에는 믿기 힘든 실적을 쏟아낸 반도체 거인들이 있었다.


1. 반도체 "어닝 인크레더블": 국장이 다 해먹네 다 해먹어!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 72%의 경이): 단순한 서프라이즈를 넘어선 '외계 숫자'다. 1분기 매출 52.57조 원, 영업이익 37.6조 원. 1000원어치 팔아 720원을 남기는 이 비현실적인 마진은 HBM과 eSSD 등 고부가 제품에 거의 독점적인 지배력을 가졌음을 뜻한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이 72%는 성과급을 이미 비용으로 처리한 후의 숫자다. 즉 PS를 쏜 다음에도 720원을 남긴다는 얘기다. '성과급이 이익을 갉아먹었다'는 말은 인과가 거꾸로다 — 이익이 있었으니 PS가 나온 거지, PS 때문에 이익이 줄어든 게 아니다. 성과급 크게 쏠 만 하다.

 

삼성전자 (왕의 귀환, 그러나): 1분기 영업이익 57.2조 원, 전년 동기(6.69조 원) 대비 755% 폭증이다. 반도체(DS) 부문에서만 추산 50조 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이게 순수 HBM의 힘은 아니다. 바닥을 기던 레거시 DRAM·NAND 가격이 정상화된 기저효과가 숫자를 부풀렸다. 하이닉스의 72%와 삼성의 숫자를 같은 무게로 읽으면 안 된다. 그러니 좀, 직원들에게 통크게 베풀지 그러쇼? 업계 1등이 정말로 쩨쩨하기 그지없네. 주주로서, 숙련된 노동자들이 경쟁사나 외국으로 이직하는 것은 썩 달갑지 않다고?

 

TSMC: 1분기 매출 359억 달러로 가이던스 상단을 돌파했고, 영업이익률은 58.1%에 달했다. 3나노 공정 수요가 폭발하며 2분기 매출 가이던스도 전분기 대비 10% 상향된 400억 달러 수준으로 제시되었다. 사팔은 그만 하고 평단가 245불을 사수해야겠다. 이 정도 추세면 목표치를 450~470불로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2. 포트폴리오의 효자들

하이닉스·삼성·TSMC가 헤드라인을 독식하는 동안, 내 계좌에서 조용히 제 몫을 해낸 녀석들이 있다.

 

ASE Technology (ASX): 사람들이 드디어 '반도체 패키징'이 AI 칩의 병목을 해결할 핵심임을 깨달은 모양이다. 이번 달에만 40% 넘게 오르며 30불 안착에 성공했다. 후공정 세계 1위 기업의 주당 가격이 꼴랑 30불? 농담은 아니겠지. 후공정이 훨씬 정밀해져서 이제는 칩을 수직으로 쌓거나 서로 다른 종류의 칩을 하나의 패키징 안에 결합해야 해서 기술적 난도가 더 높아졌다. 회사는 이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유지하려 하고, 실제로 마진율이나 매출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나는 목표를 못해도 50불로 잡고 있다.

 

삼성SDI (10조 원의 잭팟): 느긋하게 전고체를 기다리려 했으나,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의 추산 10조 원 규모 배터리 계약이 판을 흔들었다. 차세대 고성능 각형 배터리 공급은 SDI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훈장이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용 ESS 수요까지 가세했으니 추매 기회를 주지 않는 질주가 이해된다. 아이고 배아파. 꼴랑 2주밖에 없다니.


 

3. 전력망: 인프라의 혈관이 팽창하다

 

아이렌(IREN): 비트코인 채굴에서 AI HPC(고성능 컴퓨팅) 데이터센터로의 체질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터키 아이스크림 같은 밀당은 여전하지만, 전력 인프라 확보 능력이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다음 분기부터는 본격적인 구조대가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AI 전력설비 ETF: KODEX 미국AI전력핵심인프라를 살지 말지 유심히 보고 있다. GE 버노바, 이튼(Eaton), 버티브(Vertiv) 같은 본주들의 사악한 가격을 생각하면 ETF가 답이지만, 매매차익에 매겨지는 15.4%의 세금과 높은 보수는 여전히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한국 전력설비 ETF: KODEX AI전력핵심설비가 이번 달만 30퍼센트가 올랐다. 이제 시장의 포커스가 전력으로 옮겨오는 듯 하다. 하긴, 저 데이터센터의 미친 전기 소모량을 감당하려면 전기 인프라 없이는 안 되지. 효성, 현대일렉트릭은 덩치가 너무 커서 진입이 힘들다. LS전기가 액면분할을 했지만, 그것만 투자했다가 무슨 낭패를 볼 일이 있을까. 나는 구씨들의 경영능력을 믿지 않는다. 이자들이 그동안 주주를 기만했던 게 한두 번인가.


 

4. 포트폴리오 점검 및 결언

라이즈 밸류업 1주, ASE 1주 추가. 소소하지만 방향성은 확실하다. 미래에셋 본주와 벤처투자의 가격 차이가 5,000원까지 좁혀진 것은 기현상이다. 다음 주 실적 발표에서 시원하게 20%를 쏴주며 이 괴리를 벌려주길 기대한다. 이제 다음주부터는 미국 테크들의 실적발표가 이어지는데, 구글은 클라우드 50% 성장 확인 여부가 관건이고, 팔란티어는 매출보다 미국 상업 모멘텀이 끊기지 않는지가 포인트다. 둘 다 방향성은 나쁘지 않다.

 

호르무즈가 어떻게 되든, 실적이 답이다. 이번 주도 그걸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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